▲ 사진|서동재 기자 awe@


“국민들은 분노한다, 국정화를 철회하라!”, “시민들의 힘을 모아 역사 왜곡 막아내자.”

높은 빌딩 숲 사이 길바닥에 시민 300여 명이 모여있었다. 3일 청계천로에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대한 시민들의 외침이 있었다. 커져가는 구호 소리에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마저 돌아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거세졌지만 시민들은 손으로, 옷으로 바람을 막아냈다.




교복 입은 학생부터 정장 차림의 회사원, 나이 드신 노인들까지 촛불을 들고 있었다. 자유발언이 시작되자 대학생들은 하나둘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김한성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독일은 나치전력이 있는 93세 노인을 조사할 만큼 과거청산에 노력하는데 우리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과거를 미화하고 자신들의 이념에 맞게 교과서를 편찬하는 것이 팩트가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본교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를 비롯한 본교생 30여 명도 맨 앞줄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운영진인 박예지(경영대 경영15) 씨는 “촛불집회에서 수많은 시민과 뜻을 함께하니 힘이 난다”며 “정부가 하나의 역사를 강요하는 것부터 반대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확정 고시를 한 것까지 모두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고등학생들이 나서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부터 1여 년간의 검토과정까지 모든 것이 졸속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주춤거리는 발언에 시민들은 “떨지 마라, 함께 하겠다”며 크게 소리쳐주기도 했다. 한용헌(남·72) 씨는 “나이가 많고 몸이 불편해도 거리시위에 나오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며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젊은 친구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발언 뒤로 광화문엔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생들만큼이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교사들이 한 손에는 피켓을, 한 손에는 악기를 들었다. 서울 상현초등학교 교사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연은 시민들의 시위에 힘을 보탰다. 그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사람들의 입이 움직였다. 시민들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도 함께 몸을 움직이며 촛불시위의 생동감을 더했다. 국정화 반대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삭발을 감행한 상현초 교사도 있었다. 그는 “확정고시가 됐다고 끝이 아니니 내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날 때까지 촛불이 줄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끊임없는 관심을 부탁했다.


김태언 기자  bigword@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4 16: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