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자 각 단과대에는 새로운 학생회가 들어서고 있다. 각 단과대에 소속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학생대표인 학생회를 뽑는 것인 만큼 선거에 엄중한 공정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선거를 총책임지는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실수하고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모습으로 선거가 진행돼 학생들 사이에선 선거의 공정성이 흔들린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약 포스터 게시 없이 8시간동안 진행된 투표

6일 제10대 보과대 학생회장 선거 개표로 출마 선본 중 ‘소개’가 당선됐으나, 투표 도중 선관위의 미흡한 운영으로 논란이 있있다. ‘보과드림’과 ‘소개’ 선거본부(선본)가 경선을 벌인 이번 선거에서 ‘소개’ 선본의 공약 포스터가 온라인에 게시돼지 않은 채로 모바일 투표가 진행돼서다. 투표가 시작된 지 8시간여 만에 문제를 발견한 소개 선본이 보과대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김병기, 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해 투표가 일시 중지됐다.

이에 보과대 선관위가 △포스터를 온라인에 게시하기 전 공약이 쓰여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점 △투표 시작 후 8시간 동안 문제를 확인하지 못한 점을 두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일었다. 개표 결과 공개 전 본지와 인터뷰를 했던 소개 선본 송주황 정후보는 “유권자가 후보자 약력만 올라온 포스터를 보고 소개 선본을 불성실하다 판단했을 수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실제 투표를 했던 14학번 A씨는 “공약이 올라와 있지 않아 선거운동기간에 들었던 내용을 떠올려서 모바일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기 보과대 선관위원장은 “선관위가 선거에서 문제를 만든 점에 대해 사과문을 통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직전 학생회의 페이스북 계정 사용돼

선관위는 학생들의 선택이 선거를 통해 그대로 전달되도록 중립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일부 단과대 선관위에서 섬세하지 못한 운영을 보여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일각에선 직전 학생회가 선관위를 구성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번 보과대와 정보대 선거에선 선관위가 직전 학생회 페이스북 계정과 페이지를 그대로 사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직전 학생회를 계승한 선본이 같은 이름으로 출마하면서 선관위 페이지가 해당 선본과 동일한 명칭을 갖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과대 선거의 경우 ‘보과드림’과 ‘소개’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보과드림’이란 이름으로 운영되는 선관위 페이스북이 특정 선본을 간접 광고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과대와 정보대 선관위는 페이스북 계정을 새로 만들 경우 학생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보과대 선관위원장은 “페이스북 시스템이 3개월 이내에 이름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다음 학생회에 페이스북 계정을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개 선본 송주황 정후보는 “어떻게 보면 선관위가 상대 선본을 홍보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며 “새로 페이지를 만들거나 이름을 바꿨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반 학생과 교수는 직전 학생회가 선관위를 구성하는 규정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전대 회장단이 선관위원이 되는 관례로는 ‘중립의 의무’를 지킬 수 없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B씨는 “전 학생회에서 선관위를 구성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더라도 여러 과에서 선관위를 뽑는 것이 공정성 측면에서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윤태(인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필요하면 선관위원장은 전임 회장이 지명하되, 위원 전원은 학생대표자회의 인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이지영 기자  new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4 12: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