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동재 기자 awe@


학내 미화노동자 휴게실의 생활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문사회계, 자연계 캠퍼스 내 18개의 미화노동자 휴게실을 조사한 결과 11곳에서 냉·난방 및 환기 문제가 나타났다. 학교 당국과 하청업체는 미화노동자의 근로조건 확보에 대한 책임을 미루고 있어, 본교 학내 미화노동자가 생활조건은 관리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설은 없고 수리는 지연되고

생활조건이 적절치 않은 11곳 중 8곳에는 냉·난방기기와 환기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나머지 3곳은 설치된 기기가 고장나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과학도서관 내 휴게실은 지난 7월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에어컨이 고장나 수리를 요청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과학도서관 미화노동자 대표 임인분 씨는 “여름철에 몇 시간씩 청소를 하고 휴게실로 돌아오면 체온이 많이 높아져 냉방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양관 미화노동자의 경우 냉·난방 시설과 환기시설이 없다며 건물 관리자에게 설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에어컨, 환기시설, 수도시설 중 어느 것도 적절히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미화노동자의 경우 보통 오전 5시~6시부터 오후 4시~5시까지 약 12시간을 근무해 휴게실에 일정 정도의 시설이 필요하다. 하나스퀘에서 미화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철도산업노동조합 고려대 관리지부장 박기호 씨는 “지난 해 자연계 캠퍼스 용역업무 담당자에게 건의 해 환기시설 설치를 약속받았으나 현재까지 고쳐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원·하청은 서로 “책임 없다” 주장만

현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본교와 하청업체 C&S측의 계약서상에는 근무환경 관련 규정이 없다. 중앙노동법률사무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최소한의 근로기준만 충족시키도록 돼있어 어느 측도 책임의 의무를 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동섭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감독관은 “제대로 된 휴게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은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직원복리 차원에서 당연하게 제공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용역업무를 담당하는 총무부와 용역업체는 서로 책임을 부인했다. 변세흠 C&S 용역업체 관리소장은 “학교 측의 시설을 변경하고 보수할 책임과 권한이 없기에 건의사항이 들어오면 총무부로 전달한다”고 말했다. 학교는 공간 제공 이외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성종 총무부 차장은 “도급계약의 본질은 용역업체에 모든 사항을 위임하는 것”이라며 “도급계약을 통해 고용된 근로자의 요청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 서울대, 서강대 용역담당 부서는 학내 미화노동자의 휴게실 내에 냉·난방 기구를 비롯한 기본적인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선길 서강대 관제시설팀 차장은 “근로계약상 냉난방시설과 환기시설을 일일이 명시하진 않지만, 미화노동자를 학교의 구성원으로 보기에 도의적, 관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로환경 조성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가 없는 상태에서는 원청과 하청업체가 적극적으로 계약이나 협상을 통해 합의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2011년 7월 개정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원사업주와 수급사업주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휴게공간과 관련해서는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돼있다.

이요세피나 기자  kur@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4 14:5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