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중간고사에서 무감독 시험이 일부 과목에서 시행됐다. 무감독 시험은 염재호 총장이 도입한 3무정책의 일환으로 학생 스스로가 양심을 지키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3무정책은 출석확인과 감독 시험, 상대평가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없앤 것으로 시행 여부는 교수 재량에 달려있다. 무감독 시험을 시행한 ‘현대미술론’ 과목의 김현진(본교·디자인조형학부) 강사는 “학생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자율성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감독 시험을 통해 암기를 요구하는 시험이 아닌 논술형 시험을 장려하는 것도 도입한 목적이다. 김승환 학사팀 차장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시험으로 학생이 얼마나 이해했는지 평가하는 방식이 무감독 시험의 취지에 부합하며 부정행위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감독 시험이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를 고려한 것이다.

무감독 시험은 대체로 별 탈 없이 시행됐다. 교양 과목인 ‘한국의 고대문명’ 시험은 강의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해야 했다. 또한 전자기기 이외 자료를 오픈북으로 하여 부정행위의 소지를 없앴다. 똑같은 문장이 답안지에 기술되면 해당 시험지 모두를 0점 처리하겠다고 교육했다. 해당 과목의 최근식(본교·한국사학과) 강사는 무감독 시험이 무사히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최근식 강사는 “채점 결과 부정행위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무감독 시험인 ‘일본과 동아시아’ 과목 시험을 본 A씨는 “인터넷으로 찾아도 답을 쉽게 적을 수 없는 유형의 문제 출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과목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 무감독 시험에서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제보도 있었다.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10월 20일 교양 수업 무감독 시험에서 핸드폰으로 커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제보가 있었다. 김승환 차장은 “학생들의 양심을 믿고 도입한 만큼 이런 사건이 있어서 안타깝다”며 “소수 학생 때문에 생기는 피해나 학생 간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학생들이 커닝을 부끄러운 행위로 인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감독 시험이 자리 잡으려면 좀 더 철저해야 한다. 42년간 무감독 시험 전통을 갖고 있는 대전 성모여고는 시험 전 무감독 시험 원칙이 담긴 표어를 공모받는 캠페인과 교사의 양심 교육을 병행하고, 시험이 끝난 후에는 무기명 설문조사를 통해 커닝하는 학생을 봤는지 조사한다. 성모여고를 졸업한 본교생 황금비(생명대 생명과학12) 씨는 “익명 피드백이 있어 다른 이의 시선까지 의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사팀에선 무감독 시험에 대한 피드백은 학기가 끝나고 강의 평가를 통해 받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현재는 시험 전 무감독 시험과 관련된 인성 교육은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답안지에 명시된 ‘명예 서약(Honor code)’이 효과가 없다면 교수에게 배부할 양심 교육과 관련된 지침을 만들 것을 고려하고 있다. 명예 서약엔 본교 학습윤리지침이 담겨있고, 학생은 시험을 보기 전 이를 숙지하고 서명해야 한다.


이지영 기자  easy@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4 14:3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