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금연 금주’라는 초록색 옷을 입은 성북구 보건소 단속반은 본교 중앙광장을 찾았다. 중앙광장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부터 광장 출입문 앞까지가 정해진 단속 구역이었다. 계단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두 남자가 문 앞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단속반을 보자 ‘어?’하며 담배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두 남자는 점차 다가오는 단속반의 걸음에 ‘설마 우리 걸린 거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성북보건소에서 흡연단속 왔는데요, 중앙광장 일대가 전부 금연구역이라 담배 피우시면 안 됩니다.” 단속에 걸린 게 처음이라 신기한지 주위에 함께 있던 친구들도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듯했다. “10만 원입니다.” 단속반이 범칙금 가격을 말하자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 12일 중앙광장 입구에서 금연단속반이 흡연자에게 범칙금 고지서를 발급하고 있다.
중앙광장 앞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단속현장을 보고 하나둘 발걸음을 멈췄다. 그중 갑자기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이렇게 단속을 할 거면 홍보를 하던지! 학생들은 여기가 금연구역인지도 몰라. 봐봐! 저기 재떨이도 있는데….” 단속에 걸린 사람들도 이에 동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재수 없으니까 걸린 거 아니에요? 여기서 사람들 다 담배 피우잖아요. 주차단속도 처음에 다 경고하는데 경고도 없이 이러면 안 되죠.” 남자들은 갑작스러운 금연 단속에 불만을 표했다.
“어? 아 여기 금연구역이라고 쓰여 있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금연이라고 적힌 문구를 가리켰다. 중앙광장 앞 기둥에 6개, 문 앞에 몇 3개, 길게 현수막으로 2개의 금연구역 및 범칙금을 물린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하지만 그 문구 밑 배수구에는 누렇게 색깔이 변한 수십 개의 담배꽁초가 쌓여있었다.
“중앙광장 계단 전체가 다 금연구역이지만 현재는 금연구역이라는 표시가 보이는 구역에서만 벌금을 물리고 나머지 구역은 홍보가 덜 됐다고 판단해 계도만 합니다.” 단속반의 말이 끝나자 논쟁은 더 심해졌다.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문구가 보이는 선이 어디까지인지도, 이곳이 금연구역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다른 흡연자들은 흡연 부스에 들어가기도 했고 흡연단속반이 있어도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정확한 흡연구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본교 병무행정팀 지용준 과장은 ‘학교 담벼락 내 모든 공간이 금연구역’이라 말하지만, 성북구 보건소 측은 지붕 밑이 금연구역이며 계단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북구 보건소에 따르면 흡연단속에 걸렸던 사람들은 지붕 밖 구역에서 흡연을 했기에 단속 대상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금연구역은 중앙광장 계단 전부를 포함한다’는 단속반의 말은 학교, 성북구 보건소와 모두 달랐다. 12일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건지, 중앙광장 위에서 담배를 피며 바라보던 사람들도 적발대상이었는지 누구도 명확히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진 | 김민지 기자 minimin@kukey.com
글 ㅣ 박승아 기자 pluvp@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1 18:2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