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의 기숙사 신축 계획이 성북구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늦어지고 있다. 본교는 8월 14일 프런티어관 지하 강당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기숙사 신축에 대한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고자 했지만 협의에 실패했다. 이후 8월 말부터 안암동 종암동 곳곳에는 ‘성북구민의 허파 개운산은 후손에게 물려줄 귀중한 재산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본교가 계획 중인 기숙사는 학교 부지인 개운산 공원 상부에 3층 규모 6동으로 지을 예정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청년주거문제해결 관련 정책이 발표된 후인 2013년 12월부터 본교가 기숙사 신축을 준비한 것이다. 본교는 이번 기숙사 신축은 학교 소유 부지를 이용한 정당한 행위이고 학생들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직원은 “본교의 기숙사 신축과 관련한 주된 목표는 학생들의 주거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기숙사가 신축되면 1000여 명을 더 수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수막을 게시한 ‘개운산 사랑 연합회’는 개운산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기숙사 신축 반대 서명을 받고 있던 ‘개운산 사랑 연합회’ 소속 김기웅(남·80) 씨는 “기숙사가 신축되면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과 배드민턴장 4개, 테니스장 1개, 야외헬스장 1개 등의 주민복지공간이 없어진다”며 “개운산 공원은 성북구 주민들과 동대문구, 종로구 주민들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의 한 관계자는 “원룸과 하숙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기숙사 신축으로 인해 학생들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기웅 씨는 “개운산 사랑 연합회에서 하숙과 원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많아야 20% 정도”라며 “경제적인 동기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를 관할하는 성북구청도 이번 사안에 얽혀있다. 본교의 기숙사 신축은 성북구청의 행정처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기숙사 신축을 위해 본교는 공원 관리를 전제로 한 기숙사 신축 계획안 등의 자료를 성북구청에 절차상 제출해야 한다. 성북구청은 제안서를 토대로 관련 부서, 단체와 협의를 진행하며 법률 검토과정을 거치고 이를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 제출해 가결여부 판단을 요청한다. 구경만 성북구청 녹지과 주임은 “성북구청은 고려대, 성북구 주민들과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부서들과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 및 검토 과정을 거치지만 성북구청은 기숙사 신축을 막을 권한은 없다. 국토교통부가 2012년 개정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 3조’에서 ‘학생기숙사’는 ‘공원시설의 구체적인 종류’로 교양시설에 포함됐다. 이는 개운산 공원의 일부인 본교 부지에 기숙사를 신축하는데 법적인 장애는 없다는 의미다.

  학교 당국은 앞으로도 주민과의 협의를 계속할 입장이다. 시설부 조기찬 주임은 “본교는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기자 ㅣ hoony@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1 18:3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