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3연속 총학생회 당선에 성공한 ‘고대공감대’의 세 번째 주자인 47대 안암총학생회(회장=최종운, 안암총학)의 임기가 절반이 지났다. 일각에서는 3년 간 복지중심 학생회를 표방한 ‘고대공감대’에 대해 학생회의 기조가 없는 ‘행사 진행자’에 머무른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45대부터 47대까지의 ‘고대공감대’ 1학기 활동을 비교·분석했다.

사회참여 적극성은 퇴보
47대 안암총학은 45대 안암총학(회장=박종찬)에 비해 학내외 사회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1월 있었던 ‘삼성 총장추천제’에 거부 의사를 타 대학에 비해 빠르게 밝힌 것을 제외하면 사회문제 대응이 시기적으로 늦었거나 기자회견, 입장표명 등의 형식적인 활동에 그쳤다. 한 중운위원은 “사회적으로 당위성에 맞는다고 판단되는 일은 총학이 먼저 치고 나가서 학우들을 조직해야 한다”며 “올해 철도파업과 세월호 사건 등 많은 사회적 의제가 있었는데 총학 차원에서 학생을 선도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는 45대 안암총학(회장=박종찬)의 적극적인 모습과 대비된다. 박종찬 45대 회장은 2012년 2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당시 본교 법인 고려중앙학원의 적립금 투자 문제를 거론하고, ‘디도스 사태’에 대한 온라인 서명 페이지를 여는 등 사회 참여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신강산 46대 안암총학 정책국장은 “박종찬 전 회장은 고파스 운영자여서 학생들의 인지도가 높았고, 학생회 경험이 많아 사회참여 부분에서 추진력이 좋았다”며 “사업 홍보의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컸다”고 말했다.

47대 안암총학은 올해 알바노조, 장애인권위원회, 성 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등과 새로 연대하며 연대 단체 수를 늘렸지만, 연대 내용에서 일부 단과대 학생회 및 동아리연합회 등의 다른 연대 참여 단체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박원익 시간강사대책위 간사는 “시간강사대책위는 안암총학을 비롯한 9개 단위가 참여하지만 각 단위의 참여 활동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총학의 활동이 특별하게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권순민 47대 안암총학 정책국원은 “그동안 총학의 사회 연대가 단순히 동참의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행동하고 있다”며 “‘기웃기웃 우리이웃’ 소식지 발간과 미화노조 파업 당시 본관에 가서 밤샘농성을 노동자와 함께한 것 등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당시 밤샘농성에 참여한 윤명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지부장도 “고대공감대가 미화 노동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지만 “비운동권 총학생회다 보니 다른 연대 참여 단체에 비해 많은 참여 활동을 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박원익 간사와 비슷한 의견을 냈다.

활발한 소통이 늦장대응으로
47대 안암총학은 46대 안암총학(회장=황순영)이 주력한 ‘소통’ 사업을 이어가며 화장실 소식지 ‘공감의 공간’과 본교 어플 ‘쿠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학내 소통과 의견수렴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돼 총학 차원의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있다. 4월 16일 있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중앙운영위원회(위원장=최종운, 중운위)의 입장표명은 대동제 직전인 5월 23일에야 이뤄졌다. 사건 직후 있었던 중운위(회장=최종운, 중운위)에 세월호 관련 안건이 상정됐으나 대동제 진행 여부에 대한 기층단위의 의견을 수합하는 데만 회의 시간을 사용했다. 이후 5월 18일 세월호 입장표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중운위원의 의견을 수합하여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는 데 5일의 시간이 더 걸렸다.

반면, 연세대와 한양대 등의 대학은 4월 29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으며 경희대는 5월 12일 세월호 사건 성명을 발표했다.

46대 안암총학도 국정원 사태 대응에서 같은 문제점을 보였다. 2013년 6월 20일까지 서울대와 경희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14개 대학이 국정원 사태 성명을 발표했지만, 본교는 6월 26일이 돼서야 입장을 표명했다. 신강산 46대 정책국장은 “기층단위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 수렴을 진행하고 그 후에 대응한 경우가 많아 시의성 측면에서 미진했다”며 “가능한 많은 학생의 의견을 듣고자 했던 의지가 늦장 대응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46대 안암총학이 소통사업에 주력한 이유는 45대 안암총학 시기에 지적된 총학과 중운위원, 일반 학생과의 소통문제에 있다. 45대 당시 총 22개 단위의 대표로 이뤄진 교육투쟁 실천단 ‘고진감래’는 1학기에 9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3개 단과대가 불참하고 참석 단과대 중 3개 단과대는 1회 출석에 그쳤다. 불참한 일부 단과대는 교육투쟁 행동 방식에 45대 안암총학과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불참 이유를 들었다. 또한, ‘한대련 탈퇴 투표’ 공약 이행 과정에서 45대 안암총학이 본교 재학생 50%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하는 총투표 대신 10%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정책투표를 실시해 투표 결과가 ‘대표성’을 띠기 힘들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바통을 이어받은 46대 안암총학은 46대 안암총학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총학의 사업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의견을 받는 등 학생과의 소통 공간을 넓혔다. 배정호 46대 부총학생회장 또한 “45대가 놓쳤던 부분을 소통이라고 판단해 소통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복지사업 이행은 부진
복지 부문에서는 전대 사업을 이어가는 측면이 두드러지며 47대에 와서는 새로운 복지사업 부문이 미진한 점이 있다. 47대 안암총학이 진행하는 1학기 주요 8개 복지 사업 중 이전 복지사업은 6개이다. 올해 새 복지공약으로 내건 8개 사업 중 △남자휴게실 신설 △제2 전공 가이드북 △‘공감 통’ 설치 △통합예비군 버스 △상인회 장학금 신설은 등 5개 사업은 1학기 내 실행되지 못했다. 이에 신강산 46대 정책국장은 “사업 진행에 있어 오랜 기간 임기를 지낸 고대공감대의 조직력이 힘을 잃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종운 회장은 “제2 전공 가이드북과 통합예비군 버스의 경우 2학기 내 시행될 것이 확정적”이라며 “나머지 공약도 진행 중이며 같은 선본이 오래 임기를 지낸다는 이유로 조직력이 문제가 생긴다는 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병수 기자rap@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1 09:2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