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안암캠퍼스와 세종캠퍼스의 장애인 화장실 중 절반 정도가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휠체어를 타고선 화장실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일부 건물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신홍규 본교 장애인인권위원회 대표는 “현재 안암캠퍼스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우는 없지만, 만약 입학을 하게 되거나 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학우가 생긴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화장실 있지만 변기까지 진입 못해
안암캠퍼스의 경우 장애인 화장실이 건물 내부에 대부분 설치돼있지만 △사대본관 △생명대 서관 △CJ법학관 등 20여 개 건물은 휠체어가 장애인 화장실 변기까지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엘리베이터, 리프트 등이 설치되지 않은 채 화장실이 1층에 위치하지 않거나 화장실 통로가 좁아 화장실 이용에 제약이 크다.
△운초우선교육관 △문대서관 등 8곳의 화장실에서는 변기로의 진입로가 휠체어 가로 길이 80cm에 못 미치는 55cm로 휠체어가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에는 ‘장애인 화장실 출입문의 통과유효폭은 0.8m 이상으로 하여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인채 성북구청 장애인복지과 과장은 “시행규칙이 개정되기 전인 2000년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그 이전 시행규칙에 맞게 지어졌다면 위법이라 할 수 없다”며 “고려대의 경우 민간 교육 건물로 분류돼 장애인 시설 개선에 대해 권고 정도 밖에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화장실이 아예 없는 건물도 있다. 학생 자치공간이 밀집된 △홍보관 △학생회관은 학생의 출입이 잦음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

직원 없는 장애인 지원센터
장애인 화장실 문제에 대해 시설부는 장애인지원센터의 요청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인택 안암캠퍼스 시설부 주임은 “장애인 화장실 불편사항 개선을 위한 공사를 시작하려면 먼저 장애인지원센터에서 정식으로 불편사항을 신고하고 공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불편사항에 따른 시설 설치 요청이 온다면 개설할 의지가 있지만 시설부 자체 판단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안암캠퍼스 장애인지원센터는 소속 직원이 없이 운영돼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허울뿐인 장애학생지원실태평가 1위
본교 안암캠퍼스는 2009년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진행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실제 장애학생의 시설 편리성을 담지 못했다. 실태 평가는 국립특수교육원이 △장애학생 선발 △교수·학습 △시설·설비의 평가 영역 중 18개 부분, 55개 세부 항목을 평가했다.

전체 평가에 1위를 차지했지만 당시 본교는 학생회관 등 오래된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좁고, 경사가 가파른 길에 대한 대처시설이 없어 장애학생의 접근권 평가 영역에서 10점 만점에 2점으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더욱이 2013년 이후 평가지표 영역별 가중치 비율에서 시설관련 부분이 기존 50%에서 42%로 하락해 시설·설비의 편리성이 전체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오유정 국립특수교육원 연구자는 “갈수록 시설이 잘 갖춰지는 곳이 많아 입학전형이나 장애도우미 같은 측면의 비율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법률과 실사용에 차이 있어
세종캠퍼스의 일부 장애인 화장실의 시설은 규정상 문제가 없지만 실제 사용이 불가능하다. 현재 세종캠퍼스 17개의 건물 중 체육관과 고고환경연구소를 제외한 15개 건물에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있다. 그 중 인문관 화장실의 경우 입구의 폭이 88cm로 법정 최소 폭의 80cm보다 넓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은 화장실에 진입할 수 없다. 휠체어 없이 이동이 불가능한 고민수(인문대 문예창작13) 씨는 “전공 때문에 인문관에서 수업을 많이 듣지만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농심관까지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송석 시설팀 팀장은 “모든 학생의 편의를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모든 크기의 휠체어를 충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며 “법률상으론 문제가 없어 앞으로도 고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제2과학기술관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들이 장애인용 화장실 문을 여닫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을 여는 힘을 이용해 자동으로 닫히는 화장실 문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송석 시설팀 팀장은 “문 상부에 문이 닫히는 세기를 조절하는 도어체크가 설치돼 있는데, 간혹 가다 강도가 약해지면 문이 빠르게 닫힐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주 내로 점검해 바로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길용 기자 lumos@kukey.com
사진│장지희 수습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2 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