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우리사회에서 결코 잊혀 지지 않을 날짜다. 세월호사고로 무고한 학생과 시민들이 희생됐고, 선진국 반열에 이르렀다고 믿었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알게 됐다. 하지만 세월호 이후 잇달아 터진 안전문제로 국가에 대한 회의감과 실망감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학생들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본교생 6명이 나눈 좌담을 통해 들여다봤다.
                
원인은 어디에
참가자들은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할까. 남자 3호는 “단순히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배금주의,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우리사회와 사회전체구성원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남자 1호는 “피해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지난 정권의 잘못도 있다”며 “현 정권 역시 창조경제를 언급하며 규제를 완화하려 하는데 재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이어 분노를 느낀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실망감의 심화
실망을 안겨준 주체는 다양했다. 어떠한 일이 실망감을 심화시켰는지에 대해 물었다. 남자 1호는 사고발생 후 청와대로 향하는 유가족들을 경찰들이 막은 일을 꼽았다. “슬픔에 젖은 유가족들이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은 일은 민주주의 사회에 표현의 자유조차 억압하는 일이었어요” 여자 1호는 일반인 희생자까지 책임지려는 의지가 없는 국가의 포용력을 꼽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학생은 교육의 연장선에서 참사를 당했지만, 일반인들은 생계와 여가 목적의 탑승이어서 추모와 생계비 지원에 있어 차별성 있다고 말한 기사를 본적이 있어요. 국가의 무책임에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여자 2호는 해경과 관련한 관피아 문제를 들었다. 그는 “쭉 이어져온 악습에 얼마나 많은 높은 사람들이 관련이 되어있을지,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남자 3호는 세월호 사고자체 발생을 꼽았다.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은 국가가 기본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거에요”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
참가자들은 궁극적 책임이 사회, 나아가 국가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의견이 갈렸다. 여자 1호는 국가의 책임이 전적이라고 평가했다. 여자 1호는 “관련 부처 모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미루기만 했다”며 “책임소재도 불분명했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현장과 분리돼 있었다. 대통령의 책임으로까지 논쟁이 번졌다. 남자 1호는 “대통령이 ‘책임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스스로의 책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이에 여자 2호는 동의를 표했다.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가 아니라 제가 잘못했다가 먼저죠”

그러자 남자 2호는 다른 의견을 표했다. 남자 2호는 “현 정부의 책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안전대응 매뉴얼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 정부에서도 참사는 발생했지만 매뉴얼은 발전되지 못해왔어요” 정적이 흐른 후 여자 1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매뉴얼의 부재에는 공감해요. 하지만 이전 대통령들과 사고를 대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어요” 여자 1호는 노무현 정부시기 발생했던 태안기름유출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어민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예산문제로 무엇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격노했어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자 처벌과 관련 사항을 상세히 국민에게 밝히겠다’고만 말했죠.” 관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여자 3호가 논란이 됐던 김문수 경기도 지사와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라면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고개를 저었다. 여자 3호는 이것을 정부의 공감능력부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칭했다. “이번 처리과정에서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민간 잠수사나 자원봉사자, 아르바이트생들이에요. 정부에 있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정부의 대응은 평균 40점
참가자들은 정부에 평균 40점의 점수를 줬다. 그래도 정치권, 언론보다는 높은 점수였다. 여자 3호가 무한도전 이야기를 꺼냈다. 여자 3호는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멤버에 대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모두가 잘못을 느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겠다’고 대응한 것을 보며 화가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남자 3호는 카트리나 사건과 비교하며 20점을 메기며 아쉬움을 표했다. “카트리나 사건당시에도 대처가 미흡했지만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우리는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어요. 이게 아쉬웠어요” 남자 2호가 가장 높은 점수인 70점을 주자 눈길이 모두 남자 2호를 향했다. “구조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 정부에게도 도의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더 이익이에요. 구조자체만 볼 때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정부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남자 2호는 감점요인에 대해서는 ‘국민의 분노를 치유해주지 못한 것’을 꼽았다.

                
야당에 대한 매서운 비판  
그렇다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여권과 야권을 구별해서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 모두 여권보다 야권에 낮은 점수를 매겼다. 여권에는 평균 32점의 점수를 야권에는 평균 15점을 줬다. 남자 1호는 단호하게 여권과 야권에 모두 0점을 줬다. “마치 지금상황은 임진왜란 직전의 당파싸움 같아요” 남자 1호가 덧붙였다.  여자 3호는 여권에 30점, 야권에는 10점을 줬다. 여자 3호는 야권에 답답함을 표했다.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야권의 모습이 너무 답답하고 멍청해보였어요. 정치적으로도 똑똑하게 이용하지 못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심금을 울리는 한마디를 하는 게 더 나았을 거에요” 남자 2호는 참가자 중 여권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으나 야권에는 박했다. 남자 2호는 여권에 50점, 야권에는 10점을 줬다. 그는 팽목항을 찾은 정치인들 이야기를 꺼냈다. “새민련의 김한길, 안철수 대표는 팽목항에 갔다가 욕만 먹고 돌아왔어요.

상황을 악화시킨 30점짜리 언론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질타를 많이 받은 사건이었다. 언론의 대응을 점수로 매기려하자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줏대가 없다’, ‘무책임하다’, ‘못 믿겠다’, ‘구관조 같다’, ‘기레기’, ‘정부의 대변인’등 소나기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남자 2호는 10점을 줬다. 제대로 된 언론의 기능을 수행한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희망직업 중 하나가 언론인이라는 여자 3호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듯했다. “언론이 이렇게까지 안 멋있어 보인 것은 처음이에요. 범죄자의 얼굴도 가리면서 아이의 얼굴을 그대로 내보내는 언론의 공감능력의 부족을 생각하게 됐어요” 남자 1호는 언론의 비인간성을 꼽았다. ‘친구 죽은 것 알고 있느냐’부터 ‘보험금’, ‘퇴원한 학생들을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는’ 언론의 모습에 그는 “언론윤리강령이 전혀 교육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보도에 있어서 주목을 받은 JTBC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여자 1호는 ‘재난상황에서 언론이 해야할 일은 희생자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어느 언론사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여자 1호의 말에 참석자들은 공감을 표했다. 언론에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는 참가자도 있었다. 60점을 준 여자 3호는 “기자를 직업을 택한 사람들의 사명감을 믿는다”고 말했다. “언론도 일종의 계급사회고, 기자들의 반성문을 보고 언론사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정부와 정치권 중에서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남자 1호는 언론의 독립성에 대해 지적했다. “언론은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언론을 제재하는 방통위도 마찬가지에요. 너무 직접적으로 국가와 연결돼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삼성을 비판하는 사회 고발형 기사를 쓸 수 있을까요.”

대국민담화, 어떻게 보았을까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사과의 시기와 내용에 대해 물었다. 남자 2호는 시기를 따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건의 크기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에 시기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해경해체에 대해서도 판단을 유보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곧바로 여자 1호가 말했다. “시기를 절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에는 동의해요. 하지만 늦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 때문이죠” 남자 3호도 이에 동의했다. “책임자를 치려고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적 반발을 사게 됐고, 당신은 책임이 있으면서 왜 사과도 안하냐는 애기가 나온 것 같아요.”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남자 1호는 “대국민 사과 이후 정부개편을 전두지휘 해야하는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로 순방일정에 오른 것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남자 2호가 다른 의견을 표했다. “국가 간 일정이기 때문에 미리 예정돼있었지 않았을까요” 다시 여자 1호가 답했다. “그게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점이에요. 얼마든지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됐잖아요.”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닌데
여자 3호는 개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자 3호는 “총리사퇴가 가장 컸는데 그 상황에서 왜 총리가 책임자였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독총리, 책임총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잘못한 사람이 물러난 느낌이 아니라 이때다 싶어서 걸린 사람이 물러난 것 같다”는 여자 3호의 말에 다시 공감대가 형성됐다.

남자 3호는 “정부가 핀트를 잘 못 잡는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월 17일 붕괴된 경주 마우나 리조트 이후 정부는 대학 오리엔테이션을 금지시켰고, 이번 사고의 대처도 해경을 폐지하고 수학여행을 전면 취소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닌데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느낌이에요 해경을 해체한다고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문제는 그게 아닌데...... ”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야에 대해 바라는 점들은
여당과 야당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바라는 점들을 얘기해 달라 했다. 남자 1호는 여야 모두 제대로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서도 특히 야당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표했다. “새정치, 새정치하면서도 야당은 새정치를 보여준 적 이 없어요. 두 정당 모두 반성해야하지만 야권은 더욱더 반성해야해요” 남자 2호도 “여권이 자신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공감했다. 여자 3호 역시 야권에 대해 바라는 점이 많았다. 여자 3호는 언제나 제 1야당이라 내세우는 야권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솔직히 세월호 사고를 통해 손해를 본 것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에요. 재난사고 이후에는 여당이 손해 보기 마련인데, 이 정도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정말 최악이라고 봐요”

그래도 투표는 해야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에 대한 주변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물었다.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를 외면하게 됐는지, 정치에 대한 분노로 정치에 오히려 참여하려하는지 궁금했다. 남자 2호는 ‘정치에 대한 분노증’가라고 답했다. “이 사고로 인해 정치권에 불신이 생겨서 외면하는 것은 핑계에요. 의지가 있다면 무효표라도 찍어야 해요. 그것도 안하고 정치에 회의감을 느끼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해요” 여자 2호가 다른 상황을 겪고 있음을 말했다. 여자 2호 주변에는 정치인을 꿈꿨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이번사고를 통해 정치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을 몇몇 봤어요. 내가 가려는 곳이 저런 곳인가. 정치인이 된 후 나도 그들처럼 변할까봐 두렵다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 같아요” 여자 1호가 지지했다. “정치를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이해는 가요. 회의감을 갖는 건 좋아요. 하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남자 1호는 표의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OECD 국가중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최하위에요. 우리나라 1년 예산을 국민수로 나눴을 때 한사람의 투표가치가 800만원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조소진 기자 soji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1 12:3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