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이 막을 내린지도 2주가 넘었다. 그새 학교는 새내기들로 넘쳐나고 곳곳에서는 봄의 기운이 감돈다. 물론 따뜻한 봄도 좋지만, 아직 소치의 감동을 새까맣게 잊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그 뜨거운 기억을 되살릴, 부상투혼의 주인공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경성현 선수를 만나보았다. 그의 이야기, 또 소치의 이야기를 담았다.

Q. 알파인스키란? 일반 학우들을 위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 알파인 스키는 스키를 타며 기문을 통과하는 기록 경기로, 스피드가 굉장히 중요한 종목이다. 또한 기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통과해야 완주로 처리된다. 세부적으로는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활강, 복합 5가지가 있다. 한국에는 아직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코스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회전과 대회전을 주로 연습한다. 다른 종목은 접하기 어려운 상태다.

Q. 알파인 스키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운동종목이다. 운동을 언제, 어떠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 운동을 많이 시키는 초등학교에 진학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까지는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교내 스키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스키에 흥미를 느끼고 알파인 스키로 주 종목을 바꾸게 되었다. 쇼트트랙도 못타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키가 더 재미있었다. (웃음)

Q. 그 때 당시에는 스키 선수들이 많았나?

- 지금과 비교하면 예전에 오히려 스키 선수들이 많았다. 예전에는 비용이 꽤 드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집에 여유가 있는 서울 사람들이 많이 했다면 요즘은 대개 강원도 쪽 학교에서 학생들을 스키선수로 육성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지만 그 때 보다는 훨씬 스키선수의 수가 줄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Q. 고등학교를 마치고 소속팀에 가지 않고 어떠한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나?

- 나 같은 경우, 대학교라는 곳이 궁금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서 대학진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Q. 그렇다면 왜 고려대학교를 택하게 되었나?

- 운이 좋게도 고려대학교에서 입학 제의가 들어와서 특기생으로 입학을 하게됐다.

Q. 대학 때는 어떠한 학생이었나? 체육 특기생들은 어떠한 학교생활을 하게되나? 아무래도 일반 학우들과는 다른 생활을 할 것 같다.

- 아무래도 훈련과 경기 일정이 있다보니 수업은 특기생끼리 듣게 된다. 교수님들도 많이 이해를 해 주셔서 경기나 훈련 같은 것을 수업과 병행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운동선수들끼리만 어울리다보니 일반 학생들과 친해질 기회가 적었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진 않지만 특기생들 역시 미팅도 하고 고연전도 즐기며 고대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는 편이다.

Q. 이상형이 문채원이라는 사실을 어디선가 입수하게 되었다. 굉장히 구체적이다. 그렇다면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은 무엇인가?

- 워낙에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한다. 굳이 하나를 뽑자면 박시후와 같이 연기한 ‘공주의 남자’라는 드라마를 인상깊게 보았다.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아직 이러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웃음)

Q.국내에서의 대학부 경기와는 다르게 올림픽에서는 두 종목에서만 출전하였다. 왜 두 종목에서만 출전하게 되었나?

- 원래는 세 종목에 출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 10월 말 쯤에 정강이에 분쇄 골절을 당하면서 세 종목 출전은 부담스럽게 되었다. 사실 두 종목 출전도 무리가 되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욕심을 내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었다.

Q. 그리고 이번에 1차 시도에서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 시도를 감행했다, 엄청난 부상 투혼이다. 어떠한 생각으로 이러한 도전을 하게 되었나?

- 출발하기 전에도 사실 내 다리가 스키를 탈 수 있을 만한 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경기를 시작하면서는 타다가 다리가 너무 아프면 그냥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면서도 굉장히 아팠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골인 지점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타다보니 결국 완주할 수 있게 되었다.

Q. 올림픽 경기 직전에는 어떤 마음이 드나? 굉장히 떨릴 것 같다.

- 이번에는 부상을 당해서 미리 마음을 어느정도 비워서 그런지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다만 어떻게 타야 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6군데가 넘는 병원을 다니고 태릉선수촌에서는 10시간이 넘는 재활을 계속했다. 스키부츠만 신을 수 있으면 소치를 가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비로소 소치에 도착해서야 스키를 타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성적에 대한 생각보다는 경기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를 걱정했던 것 같다.

Q. 스키를 타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 평상시에는 탈 때는 빨리 내려가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차분하게 타려는 생각으로 슬로프를 내려왔다. 다리가 굉장히 아프긴 했지만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스키를 탔다.

Q. 경기를 마치고 결승점에 들어와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 골인을 하고나서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제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동시에 부상이 더 심해지지는 않았을지 매우 걱정됐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소치에 마련된 병원으로 가서 부상 부위를 검사했다.

Q. 그러면 지금 다리 상태는 어떤가?

- 지금 역시 계속 재활을 하는 상태이다. 아직 완치되려면 기간이 조금 남았다. 다행히 더 나빠지진 않았다.

Q. 경기가 없는 날에 선수들은 무얼 하는가?

- 경기가 일찍 끝나는 선수들은 다른 종목을 구경 가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하지만 알파인 스키팀은 폐막식 전날까지 시합이 있어서 다른 선수들은 훈련을, 나는 재활 훈련을 계속했다.

Q. 올림픽 기간 동안 다른 나라 선수와도 함께 어울리고 친해지는가?

- 알파인 스키를 타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올림픽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오다가다 인사만 할 뿐, 따로 특히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또한 워낙 소치가 테러 위협으로 인한 보안이 철저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Q. 올림픽 숙소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어느정도였나?

- 물은 녹물이 나오고, 방에 있는 커튼은 다 떨어지고.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는 도저히 말 할 수 없는 건물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다행히 별 탈 없이 식사했지만 식사에 대해서도 많은 불평이 나왔다.

Q. 요즘같이 경기가 없는 날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 재활은 변함없이 하고 있고 얼마 전엔 대학원에 진학했다. 요즘은 거의 재활을 하러다니고 대학원 수업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 주말에 놀기도 하고. 아마 다리가 완치되기 전까지는 여유로운 나날을 보낼 계획이다.

Q. 앞으로의 향후 계획과 꿈은 무엇인가?

- 이번 올림픽은 부상으로 인해서 참가에만 의미를 두었다면 4년 후에 있을 평창 올림픽에서는 기량을 맘껏 펼치고 싶다. 일단 운동선수로서 지금의 꿈은 다음 올림픽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심한 부상으로 인해 최고의 기량을 뽐내지 못한 그였지만, 그의 말과 행동에서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대한 뜨거운 기대감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4년 후, 누구보다 더 빠르게 슬로프를 질주할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