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학우들은 작년 말 사회를 뒤흔들었던 ‘안녕들’ 열풍을 기억하실런지.

철도 파업하는 이들이 직위해제를 받자마자 정대후문의 한 게시판에 대자보 두 장이 붙었다. 대자보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거나 그런 척 하는 것은 아니냐고, 그러고도 우리에게 안녕하냐고 물었다. 그 직후 수많은 응답 대자보가 붙는 것으로 시작해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 그리고 오프라인 집회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아우르고 사회 전반이 공감했다. 집단과 개인이 안녕한가를 스스로 되물었던 것이다.

Q : 대자보를 써 붙일 때 4학년이었는데, 졸업은 언제하나?

-최대한 빨리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웃음). 이번 학기 휴학했다.

Q : ‘안녕들’ 때문인가?

-아니다. 원래 ‘안녕들’ 활동과는 별개로 하고 싶었던 활동이 있었다.

Q : 구직 활동?

-구직 활동도 하지만, 각 지역 사회마다 주민들이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상대적으로 대학 주변에 위치하지 않은 지역은 이런 공간이 너무 없다. 그래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비영리 세미나, 교육 공간 등을 만들려고 계획했었다.

Q : 안녕들 활동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Q: 처음 안녕들 대자보를 써 붙이면서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했는데, 그럼 당시에는 어떤 생각이었나?

-처음엔 페이스북에 친구공개로 관련 글을 게시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이걸 붙여서 되겠냐'고들 했다. 당시엔 상관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나의 생각과 공감하는 이가 대자보를 찾는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런 말 한 번쯤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쓴 것이지, 다른 기대는 전혀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자보가 줄 파급력의 기대치는 전혀 없었다.

Q : 이후 안녕들 활동하면서 지방으로 다니는 일이 상당히 많았다(실제로 기자는 그를 전주에서 처음 대면했다). 바쁘게 다니면서 고민했던 것이나 느낀 점은 어떤 게 있나?

-'고려대학생'이라서, '서울'에 있어서 할 수 있었던 일이 많았구나 생각했다. 지방에 계시는 분들은 처음에 열풍을 매우 회의적으로 봤다고 했다. 지역마다 생각하는 바와 원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서, 내가 지금까지 너무 수도권 중심으로 현상과 활동을 생각해온 게 아니었나 싶었다.

Q : 한창 안녕들 열풍이 불 때와 지금의 활동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한창 안녕들 활동이 불 때는 수많은 대자보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지금은 안 그렇지 않나.

하지만, 더 이상 대자보를 써서 자신의 안녕을 말하지 않더라도 그 당시의 맥락을 남겨놓는 일은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안녕들'이 한 순간의 트렌드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선, 당시 우리가 어떤 이유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감정을 갖고 대자보를 썼는지를 정리해 남겨놓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출판이다.

Q : 페이스북을 보니까 책이 나온 것 같던데?

-작업은 끝났고 책은 17일에 나오는 것으로 예정되어있다. 가제는 <안녕들하십니까>이다.

Q : 책에는 어떤 게 들어가 있나?

Q : 안녕들이 활동을 이어가면서, 점차 소규모화되는 동시에 안으로 응집되어 간다. 기존 운동권과는 메시지도 달랐지만, 체계화된 조직 없이 범사회적인 공감을 토대로 했다는 점은 안녕들이 보여준 강점이었는데 이게 사라지는 것 아닌가?

-맞다. 안녕에 대해 새로이 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응집'보단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여기선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조직이 있어야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사실 안녕들은 이미 변곡점을 찍고 어느 정도 소멸했다고 본다. 이미 '안녕'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는 것만으로도 안녕들 활동은 이미 성공한 것 아닐까.

Q : 앞으로 예정된 안녕들 활동은?

-예정된 책 출판 사업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 때 가서 굳이 활동을 더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아마 사람들끼리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것 정도 아닐까한다.

기자는 '안녕들 조직과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라는 마지막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가 인터뷰 중에 지금까지의 안녕들 활동은 자신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간 것이었다고 수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옳다. 이 사회가 안녕하도록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반드시 대자보가 아니더라도, 거리로 나오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식은 우리에게 남아있어야 한다.

최시영 기자(dpthtm090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