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줄며 정식 학생회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는 학과가 매년 발생한다. 비대위는 정식 선거를 거치지 않은 기구이기에 단과대·학부 학생회 운영이 어렵다. 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비대위의 구성과 역할
학생회칙에 따르면 비대위는 △학생회장단 선거 무산 △학생회장단의 사퇴 혹은 탄핵 등의 이유로 구성된다. 비대위는 회칙에 따라 비대위원의 자격이 있는 각 반·학년대표와, 비대위원들의 상의 하에 선출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구성된다. 공식적으로 비대위는 비대위가 구성된 해 11월부터 다음 년도 3월까지 임시적으로 새터 준비, 신입생 관리 등 학생회의 업무를 대신하고 3월에 진행되는 보궐선거를 준비한다. 만약 보궐선거에서도 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다시 비대위 체제로 돌아가 비대위원장이 1년 동안 학생회를 운영해야 한다.

편중되는 업무
학생회장 및 부회장, 그리고 집행부로 구성된 학생회와는 달리 비대위는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으로만 구성된다. 따라서 비대위 체제는 업무 분담이 뚜렷하지 않고 비대위원장 한 사람에게 업무가 편중된다. 자유전공학부 비대위원장 박세훈(자전13) 씨는 “중운위처럼 단과대학의 장으로서 참석하는 회의가 있을 때 비대위원장의 임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집행부를 구성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강민구 씨는 “비대위는 임시적인 느낌이 강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해 집행부를 구성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대표성은 없어
학생회에 비해 권한과 대표성이 떨어지는 것이 비대위의 큰 문제이다. 비대위는 정식 선거를 통해 구성되지 않아 의결권이 없다. 박세훈 씨는 “중운위에서 안건에 대해 의견을 말하려 했는데, 비대위는 의결권이 없다며 발언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나영 부총학생회장은 “원칙적으로 의결권은 투표를 통해 당선된 대표만 갖는 권리”라며 “비대위원장은 의결권은 가질 수 없다고 학생회칙에도 명시돼있다”고 설명했다.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비대위원장은 등심위원 선출에서도 제외된다.

또한 비대위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2011년도 사범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성균(사범대 역교09)씨는 “사대분관을 철거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에 어필해도 비대위라는 이유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비대위는 동등한 위치에서 학교와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표성이 없는 비대위는 학생회비를 걷지 못해 사실상 학과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김성균 씨는 “비대위 운영 당시, 사범대 축제도 비대위가 아닌 사범대 동아리 회장들이 구심점이 돼서 기획하는 등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관심이 해결책
비대위원장들은 학생회에 대한 학생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과대 비대위원장 강민구(의과대 의예11) 씨는 “학생회는 학생들을 대표해 학교와 소통할 수 있지만, 비대위는 그렇지 못하다”며 “단과대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학생회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대위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한 비대위원장도 있다. 김성균 씨는 “총학이 ‘회칙에 의해 비대위는 당연히 의결권이 없다’고 말하기보단, 이런 문제를 학생들에게 상기시키고 학생회의 중요성을 설득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세훈 씨 역시 “비대위를 구성하는 학과가 계속 생겨나는 만큼 비대위 관련 회칙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나영 부총학생회장은 “앞으로 비대위가 급격히 늘어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학생회의 구성을 돕는 게 총학의 우선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윤희수(의과대 의학10) 씨는 “총학이 학생회를 돕듯이 단과대를 대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비대위를 돕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비대위를 구성한 의과대와 자유전공학부 모두 보궐선거에서 학생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의과대는 최재영(의과대 의학11) 씨가 단독 출마했고, 자유전공학부는 현재 비대위원장이 학생회장에 출마한다. 박세훈(자전13) 씨는 “비대위로 학부를 1년 내내 이끌어가기엔 어려움이 많아 비대위원장을 사퇴하고 학생회장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글│이종은 기자 vvip@kukey.com
사진│홍유리 전문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8 02:3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