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이 2월 21일 부산 남상동에 위치한 부산외국어대학교 체육관에서 치러졌다. 이 날 영결식은 김진솔(부산외대 태국어과 13), 고혜륜(부산외대 아랍어과14), 박소희(부산외대 미얀마어과14), 양성호(부산외대 미얀마어과08), 윤체리(부산외대 베트남어과14), 이성은(부산외대 베트남어과13) 학생의 명복을 빌기 위해 학교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 당일 서남수 교육부장관,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2000여명의 조문객들이 분향소를 찾았고 21일까지 분향소에 방문한 조문객은 6000여명에 달했다.  영결식이 시작된 오전 10시 30분 경 분향소의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유가족들이 장내로 들어오면서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다. 故 박소희 양의 어머니는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했다. 유가족들이 모두 도착하고 국민의례를 마치자 하수권 교학처장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경과보고를 시작했다. 보고에 따르면 사고로 숨진 학생은 모두 9명. 그 중 재학생이 3명이고 신입생이 6명이다. 부상자는 모두 31명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 처장은 “그외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학생들은 학교의 심리상담가와 인근 병원의 전문가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학교는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입니다” 라며 보고를 마쳤다.

이후 희생자들에게 명예졸업증서가 수여됐다. 학생들이 호명됐고 졸업증서가 각 학생들의 영정사진 앞에 놓여졌다. 명예졸업증서가 수여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故 윤체리양의 아버지는 딸이 호명되자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이 이어 영결사를 낭독했다. 정 총장은 영결사를 읽다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라는 대목에서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내 마음을 추스린 정 총장은 “여러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다”며 “꽃 같은 9명 학생들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고 조사를 읽었다.

故 양성호군의 절친한 친구인 조정호(부산외대 미얀마어과 08)학생은 “아직도 부르면 옆에서 대답해줄 것만 같은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은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이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박창우 아시아대 학생회장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니,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니. 그 날의 밤은 어찌나 길었는지” 라고 조시를 낭송하자 취재진까지도 눈물로 얼굴이 젖었다. 일부 유가족은 오열 끝에 실신하기도 했다.
      


故 김진솔 양의 아버지 김판수(남·53)씨가 유족 대표로 앞에 나왔다. 김 씨는 한숨을 크게 쉰 뒤 두 눈을 감고는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지켜주지 못해서, 대신 아파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엄마 아빠 용서해줄 수 있겠니. 이제 가슴에 응어리진 마음을 다 털어버리고 모든 사람을 용서해주기 바란다. 이 아빠도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고 내려놓을게. 정말 사랑한다. 잘 가거라. 내 사랑하는 아가야.”
  
이어 故 김진솔 양이 사고 발생 한 달 전 아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쓴 편지를 친구 김유란(여·22) 학생이 낭독했다. 아버지 김 씨는 힘없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용돈을 모아 꼭 아빠 서류가방을 사주겠다던 착한 딸이었다.

유가족들과 추모객들의 헌화로 영결식 절차가 모두 끝났다. 영결식이 마무리 된 후 운구차량은 교정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부산외대를 빠져나갔다. 심정을 묻는 질문에 재학생 김진광(부산외대 포르투갈어과10) 씨는 “인재이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사고가 터졌을 때만 조치를 취할게 아니라 평소에 안전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김미림(부경대 컴퓨터공학과11) 씨는 “부산외대 사고 이후 부경대를 비롯하여 부산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새터를 취소했다”며 “한창 좋을 때인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故 박주현(부산외대 비즈니스일본어과14)양의 장례는 20일 부산 이기대 성당에서 치러졌고 故 강혜승(부산외대 아랍어과14)양과 故 김정훈(부산외대 미얀마어과14)군의 장례는 각각 울산과 일산에서 치러졌다. 사고당시 레크레이션 강사로 일하던 故 최정운(43·남)씨의 영결식은 부산 좋은 강안병원에서 진행됐다. 부산외대는 故 양성호 학생을 의사자로 신청하고, 피해 학생 9명의 추모비를 학교에 건립하기로 했다.



글·사진| 이수빈 기자 lion@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20 19: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