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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맞아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김풍 작가님의 '옾 카페'에 방문해 보았습니다. 카페 안에 들어가기 전부터 구석진 좁은 삼각형 땅 위에 지은 삼각형 카페, 그리고 그걸 형상화한 카페 로고가 눈에 띱니다. 얼핏 보면 샌드위치 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카페 내부는 전체적으로 흰색의 깔끔한 분위기에 톡톡 튀는 오브제들을 툭툭 던져놓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풍이라는 사람 그 자체와, 다양한 동물 관련 오브제 등을 통해 김풍 작가님의 독특한 세계관을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개성적이면서도 순수한 아이 같은 김풍 작가의 터치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카페였습니다. 은근하게 좋은 분위기를 가진 카페라기보다는, 톡톡 튀는 맛에 기분이 좋아지는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 들리는 로꼬의 랩의 가사 한 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너의 방식대로! 널 보여줘!" 딱 이 말이 어울리는 카페가 아닐까 싶습니다.
2층 한가운데 녹색 일색으로 큰 화분 여럿을 꾸며 놓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색채적으로 흰색과 녹색의 대비를 확실히 가져가면서 눈길이 자연스레 가고, 또 과하지 않아서 커피를 즐기며 힐끔힐끔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수의 화분을 배치해 두셨던데, 관리하기도 참 까다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날은 점심에 방문해서 책을 읽다가 저녁에서야 집으로 향했습니다. 점심 식사로 주문한 메뉴는 닭다리살 스테이크 토마토 파스타(13.0), 아이스 아메리카노(4.5)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강하지 않은 뽀모도로에 닭다리살 스테이크가 올라간 음식이었습니다. 마치 파스타는 밥이고 닭고기는 반찬인 것마냥 소스의 맛이 은은하게 들어오고, 껍질을 잘 그슬린 고소한 닭다리살로 한 입을 완성시키는 메뉴였습니다. 토마토 소스가 은은하다고 해서 결코 평가절하하는 건 아닙니다. 신선한 맛이 핵심인 뽀모도로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듯한 한 접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들어간 마늘칩의 식감이 바삭한 닭껍질과 함께 재미있는 식감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흔한 동네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커피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음식의 가격대는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참 책을 읽다가 저녁 먹을 때쯤 카페 대표 메뉴라 부를 수 있는 질풍 샌드위치(9.0)와 아이스 두유라떼(5.5)를 주문했습니다. 질풍 샌드위치는 참 기대한 메뉴였는데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는 이 메뉴에서 독특함을 찾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그냥 무난하게 맛있는 메뉴' 정도로 쓰고 싶습니다. 요리사나 음식 전문가가 아니지만, 감히 추측해보겠습니다. 간장 불고기, 로메인 상추 비슷한 녹색채소, 양파 피클, 토마토, 감자채 튀김, 크림과 치즈 정도에 졸여 낸 팽이버섯을 약간 작은 치아바타 사이에 끼워서 나온 것 같았습니다. 소스의 경우 1층 메뉴에 나온 걸 그대로 읽어보면, 유자 와사비 소스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유자 와사비 소스라는 것이 참 애매합니다. 와사비 향기가 은근하게 나기는 하는데, 좀 더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와사비 향만 나고 코는 찡해지지 않는 경험은 또 처음이었네요. 유자 소스의 경우 샌드위치 전체를 달콤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벼운 맛을 추구하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들어간 재료 양이나 종류부터가 식사 대용의 무거운 음식이기 때문에 그쪽으로는 성립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성 전체 중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었던 건 팽이버섯의 식감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잘하게 흩어진 채로 조립되어 있어 포장지 안에 질질 흘러 먹기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네요. 종합적으로 확실히 구성이 독특한 편이지만, 소위 '킥(kick)'이 있는 샌드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방문 때는 이 메뉴 대신 아라게리따를 주문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두유라떼도 흔한 동네 카페 수준이었습니다. 음료 메뉴가 사실 커피 종류 말고도 상당히 많은데, 추후 방문할 때는 커피 말고 특이한 메뉴를 주문해야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원래 운영 방향을 카페로만 잡았다고 하는 걸 들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식당이나 다름 없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다음 방문을 기대하며, 방문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2 01:23: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