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패배 완전 설욕’ 동아대전 수훈선수 

임양섭, 최수현, 강준혁 인터뷰

[SPORTS KU=충북 보은 스포츠파크 야구장/글 오혜정 기자, 사진 이수민 기자]7월 12일 보은 스포츠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동아대학교(이하 동아대)와의 제73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32강 경기에서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야구부는 7-0 8회콜드승리를 거머쥐며 1차전 패배에 그친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투타 모두에서 동아대를 앞선 이날 경기에서는 선발투수 임양섭(체교14)의 8이닝 무실점 완봉투와 주장 최수현(체교15)의 쓰리런, 강준혁(체교17)의 쏠쏠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SPORTS KU는 세 선수를 만나 이날 경기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에이스는 건재하다’ 임양섭, 8이닝 0사사구 완봉투]

 이날 경기에서 제일 돋보인 선수는 단연 선발투수 임양섭이었다. 8이닝 5피안타 3삼진 0사사구 0실점을 기록하여 완봉투를 선보인 임양섭은 특유의 빼어난 제구력과 완급 조절 능력으로 동아대 타선을 완전히 봉쇄했다. “작년 선발로 나선 대통령기에서 동아대에게 패한 경험이 있어서 오늘은 정말 이기고 싶었다. 저희 팀이 우승을 목표로 다 같이 열심히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이날 경기의 소감을 전한 임양섭은 사실 그 누구보다 이 대회를 절실히 기다려온 선수이다. 프로 입단을 위해 대학 선수 생활을 1년 연장한 데에 이어 학점 문제로 전국대학야구 U리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실력을 증명할 대회가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정기 고연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길고 길었다. 제 자신에게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먹고 준비했다. 연습경기를 하며 실전 감각을 많이 끌어올렸고 시합 나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라고 말하는 임양섭은 과연 본인의 다짐에 부응하는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동아대 선발투수 김승환(동아대15)이 3이닝동안 4개의 사사구를 허용한 반면 임양섭은 8이닝동안 사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이에 임양섭은 “제구에 신경을 더 썼다. 몰리는 볼넷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고 코너에 집중해서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제구력에 중점을 두며 던졌다고 말했다. 2018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동아대 클린업 트리오 박주찬, 김준연, 강동수(이상 동아대15)를 2할 2푼 2리의 낮은 피안타율로 막아낸 것에 대해서는 “공을 낮게 던지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범타가 많이 나온 것 같다. 변화구도 직구도 높은 공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던졌다.”라고 전했다.

 임양섭은 총 109개의 적지 않은 공을 던지는 동안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기량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더 자신감 있는 피칭으로 타자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경기 후반 연속해서 스트라이크를 꽂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임양섭은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욕심이 났다. 한 게임은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반에 힘을 아낀 것은 아니었다. 던질수록 자신감이 붙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임양섭은 야수들의 안정적인 수비와 응집력 있는 공격에 대해서 본인이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템포를 조금 빠르게 가져간 것이 수비 집중력과 타격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싹쓸이 3점포’ 최수현, 2년 만에 홈런포 가동하며 승리에 쐐기]

 투수진의 맏형 임양섭이 마운드를 지켰다면 타선에서는 주장 최수현이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다. 4회말 2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최수현은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쏘아올리며 3루 주자 홍의리(체교15), 1루 주자 김길중(체교17)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홈런 가뭄이 심각했던 고려대의 시즌 두 번째 홈런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최수현의 홈런으로 3점을 추가한 고려대는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가게 되었다. 이에 최수현은 “앞에서 길중이가 운 좋게 낫아웃 상태에서 출루하고 3루 주자까지 홈인시키면서 타석에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직구가 약간 높게 들어온 실투였는데 놓치지 않고 친 게 운 좋게 멀리 날아갔다.”라고 말하며 홈런 상황을 전했다.

 최수현은 올 시즌 풀타임으로 팀의 3번 타자 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타석에 들어서면 힘을 최대한 빼고 강하게 내 스윙을 돌리려고 노력한다. 3번 타자인만큼 득점권 상황에서 찬스를 놓치지 않도록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는 정말로 2018시즌 고려대 타선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의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장해 3할 3푼 3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최수현은 타격 면에서 큰 기복이 없는 꾸준한 선수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고려대 벤치의 화이팅 넘치는 모습 또한 목격할 수 있었다. 투수 임양섭이 조금 흔들리는가 싶으면 야수진들이 임양섭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외쳤고, 공격 상황에서도 유난히 화이팅 구호가 많았다. 최수현은 “항상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분위기이다. 야구는 분위기와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더 파이팅을 내고 열심히 뛰어다니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하며 든든한 주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학을 졸업하게 되는 최수현은 간절하게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결과는 하는 만큼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올 시즌 정말 간절하게 우승하고 싶다. 정기전은 두말할 것 없이 무조건 이길 것이다.”라고 각오를 밝히며 몇 남지 않은 경기들에 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승점 적시타’ 강준혁, 공수에서 고른 활약]

 동아대전 라인업의 제일 큰 특징은 U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의 등장과 고학년 위주의 기용이다. 학점 문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임양섭과 김대한(체교15)이 라인업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장태웅, 김재홍, 홍의리(이상 체교15)가 선발로 출전하면서 기존의 17, 18학번 위주 기용에서 고학년 위주의 라인업으로 변화가 생겼다. 이에 강준혁의 수비 포지션과 타순이 바뀌었다. 장태웅이 포수로 출전하면서 U리그 후반기부터 줄곧 포수를 맡던 강준혁은 1루수로 이름을 올렸고 김대한이 4번 타자 역할을 맡으면서 시즌 처음으로 5번 타자로 배치된 것이다. 지난 인터뷰에서 타격 부진에도 불구하고 4번 타자로 기용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말한 강준혁은 타순 배치에 대하여 “(감독님의) 특별한 지시사항은 없었다. 부담 없이 치라는 암묵적 의미인 것 같다. 실제로 타격감이 좋은 대한이 형 뒤에서 타격을 하니 심적으로도 편안했다.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편하게 치라고 배려해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 강준혁은 공수 양면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시작은 미미했다. 2회말 김대한이 볼넷으로 출루한 상황에서 강준혁은 희생번트를 대며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벤치의 사인이었다. 또한 나도 번트를 원했다. 한 점이라도 빨리 내서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회는 3회말에 찾아왔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상대 투수 김승환과 승부를 겨루던 강준혁은 접전 끝에 3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안타로 고려대는 투수전 양상으로 펼쳐지던 경기의 팽팽한 균형을 깨며 득점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7회말 LG트윈스에 1차 지명을 받은 이정용(동아대15)을 상대로 때린 홈런성 타구도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초구를 노려봤는데 타이밍이 살짝 빨랐다. 듣던 대로 볼이 좋긴 좋았다. ‘팀에 보탬이 되자’라는 마음으로 쳤는데 아쉬웠다.”라며 이정용과의 대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1루수 자리가 무색하듯 그는 수비면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3루수 김재경(체교17)과 유격수 김길중(체교17)이 송구한 공을 다리를 찢어가며 포구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 강준혁은 “딱히 수비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길중이와 재경이의 송구는 좋았다. 다만 내가 조금 어렵게 잡은 감이 있었다. 수비면에서는 슬럼프가 잘 없는 것 같다.”라며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추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세 명의 선수들 이외에도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반가운 활약을 펼친 장태웅, 8회말 끝내기 안타로 콜드승을 안겨다준 김재경 등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많았다.

 고려대의 다음 경기는 14일 2시 보은 스포츠파크 야구장에서 열리는 한일장신대학교와의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16강전이다. 고려대가 3년 만에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8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