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모님은, 평소 운동을 좋아하시어 경기도 안쪽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운동을 다니십니다. 당연히 운동하고 허기가 지니 [아재아지매 네트워크]로 엄선된 동네 맛집을 들러 허기도 좀 달래시고 목도 축이시고 돌아오시는데요, 그러다 여기좀 괜찮다 싶으시면 두 아들을 꼭 데리고 가십니다.

그렇게 십 년 단위로 단골이 되어 부모님을 따라가지 않고도 종종 다녀오는 집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운동 안하고 밥만 퍼먹고 오는 저는 그 칼로리를 감당할 수 없어 배에다 축적만 하고 있지요.

서론이 길었는데요, 어딜 가서 순댓국을 먹어도 떠오르는 집이 있어 소개를 해 볼까 합니다.

수원 지동시장 안에 "지동시장 순대타운" 이 있습니다. 순대 및 기타 부속만을 한평생 다루신 내장장인분들이 수두룩한 무시무시한 던전이지요. 그 안에 [이모네] 라는 친숙한 이름의 점포가 있습니다.

물론 그 동네 굴러가는 모양새야 다 비슷하니 그 안의 어떤 점포보다 확연히 우월하다 ! 라고 말씀드릴 순 없겠지만 순대타운 순회를 마치신 부모님께서 단골로 천명하시고 그곳만 파시는지라 이모네를 특정해서 글을 써봅니다.

우선 사진으로 보시듯이 내용물이 굉장히 폭력적입니다. 이모님도 십 년째 경고를 주시더라구요. 바로 밥 말면 뚝배기 터지니 건데기좀 건져 먹고 디저트로 밥말아먹으라구요. 실제로 뚝배기를 받고 숟가락을 넣어보면 내부가 굉장히 뻑뻑해서 먹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흐뭇해지고 그럽니다. 양이 많지 않으신 분은 굳이 공기밥에 손을 대지 않아도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하실 수 있겠습니다. 물론 어릴때부터 1인1뚝에 단련된 저는 건더기 다 먹고 밥말아먹고 순대도 1인분 시켜서 든든히 먹고 나오지만요.

그리고 이건 약간의 팁인데, 내용물을 특정해도 흔쾌히 받아주십니다. 저희 엄마는 항상 주문 할 때 "비계 빼고 오소리감투 많이넣어주세요"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단가같은거 신경 안쓰고 당신의 비곗고기 대체되었다 오소리감투로. 항상 감사하십시오. 의 순댓국을 받을 수 있더군요. 저는 순대 빼고 고기로만 때려박아주세요. 라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취향에 맞춰 순댓국을 먹을 수 있다는건 굉장히 은혜로운일입니다.

국물은 그렇게 무겁지 않습니다. 기름은 걷어내고 맑은 뼛국물로만 뽀얗게 우려낸 국물이라 마지막까지 질리지 않고 산뜻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석박지도 사카린에 살짝 불려서 꼬들하게 말린 뒤 담근 국밥집스탠다드 석박지라 씹는맛이 아주 좋구요. 다만 순대는 토종순대가 아니라 분식집 식용비닐 당면순대입니다만, 그래서 국물로 순대 내용물들이 풀어져 나오지 않아 텁텁한 맛이 없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주댕이가 좀 길었네요. 뭐 멀리서까지 찾아가보세요 ! 하기에는 거창한 맛집은 아니고 그냥 로컬 맛집이기 때문에 근처 들르실 일 있으신분이나 수원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4 15:4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