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우스메이트 두 명과 함께 어느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와의 저녁약속이 파토난 김에 짜증나서 메이트들과 치맥이나 하려고 집이 들어왔더니 웬걸...시험기간이라고 다들 열람실에 있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공부와 취식을 동시에 할 수는 없으니 배려심이 넘치는 2학기차 휴학생은 오늘도 열심히 하스에서 밤을 불태울 그들을 응원하고자 대신 혼자서 치맥을 먹어주기로 했습니다.

배*의민족 어플을 뒤지다 늘 같은 리스트의 치킨집들에 싫증이 난 저는 한때 고파스에서 붐이 일었던 6일닭강정(통일 사이즈/18000)을 시켜봤습니다. 예전에 친구집에서 장정 둘이 시켜서 배불리 먹고 남은 것으로 친구가 밥을 두 번 더 먹었다는 무시무시한 양의 닭강정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시험기간과 무관하고 내일 오전 출근도 없는 휴학생이기에 맥주도 함께 시키려고 했지만 맥주를 안 판다는 아주머니의 말씀에 몹시 실망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화정체육관 정도의 고도에 있고 편의점과 직선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수직거리가 꽤 되어 감히 맥주를 사러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주머니께서 감사하게도 혹시 필요하다면 주류를 배달하는 길에 사다주신다고 하셔서 감사히 지금 치맥을 하고 있습니다.

닭강정 맛은 평범합니다. 하지만 참살이 길의 나름 이름났다는 닭강정 집에 비하면 정말 예의바른, 닭강정의 정도를 잘 지킨 맛입니다. 맛은 달콤, 약간매운, 아주매운으로 나뉘는데 스스로 매운맛에 대한 내성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달콤한 맛을 시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달콤한 맛을 먹었고 지금은 약간 매운 맛을 먹고 있는데 제 기준(신라면 정도 매운맛까지 땀 흘리면서 가능) 약간 매운 맛은 맥주가 없다면 버티기 힘든 맛이네요.

체감상 전체 양은 예전과 비슷한데 예전에는 닭강정 덩어리가 좀 커서 퍽퍽한 덩어리가 많이 느껴졌다면 이제는 좀 소분화되어 덜 퍽퍽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기본으로 딸려오는 고구마 토핑의 양도 한때 고구마가 너무 많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10조각 정도로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치킨 양은 그에 맞게 조금 늘어난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혹시 저와 같이  본인은 시험을 안 보지만 시험공부로 고생하는 룸메들이 지금 열람실에 있으신 분들이라면 룸메들에게 내일 치킨 아침을 마련해주었다는 뿌듯함으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더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남자 넷 정도가 붙으면 적당한 야식으로 먹을 정도의 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보람찬 시험기간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00: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