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 1일에 발매된 정태춘 7집 1번 트랙으로, 정태춘 작사, 정태춘 작곡, 정태춘 편곡의 곡입니다. 대한민국의 솔직하고도 현실적인 민낯을 가사로 잘 표현한 곡입니다. 1983년 발표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은 건전 가요로 분류될 정도로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과는 대조되는 장밋빛 미래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곡은 어쩌면 감추고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2019년에도 여전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곡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태춘 7집은 당시 사전심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 하에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발매된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은 레코드 가게에서는 공식적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주로 정태춘 콘서트 현장 등에서 판매, 유통되었습니다. 당시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공연윤리위원회에 가사와 곡을 제출해서 1차 심의를 받고, 완성된 앨범을 다시 제출해서 심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전 심의 제도 때문에 수많은 곡들과 가사가 수정되어야 했고, 아티스트들의 창작욕을 저해하는 악법 중 하나였습니다.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사전 심의 제도는 폐지되었고, 정태춘 7집은 1996년 공식적으로 재발매되었습니다.
<앨범 정보>
기획, 제작: 삶의 문화
작사, 작곡, 편곡: 정태춘
코러스 편곡: 이은진
풍물: 극단 현장, 풍물패 "만판", 권재은
노래, 반주: 정태춘과 예울림 노래꾼들 그리고 여러 반주패 동지들
진행: 김영준
녹음: 정도원, 박주익
사진: 김승근
(가사)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사랑과 순결이 넘쳐 흐르는 이 땅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특급 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 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은 말고
닭장차에 방패와 쇠몽둥이를 싣고 신출귀몰하는
우리의 백골단과 함께
우린 모두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평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양심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이 땅
식민 독재와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하루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저 민주인사와 함께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허리 잘려 찢겨진 상처로 아직도 우는데
군림하는 자들의 배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꺾고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8-18 11:07:41: